“무엇을 살 것인가”보다 먼저 “왜 필요한가”를 결정한다
많은 사람은 방위사업을 이렇게 생각한다.
“군이 필요한 무기를 정하고, 방사청이 사거나 개발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핵심은 다르다.
방위사업의 출발점은 장비 이름이 아니다.
출발점은 전장 문제다.
“정찰드론이 필요하다”는 말은 소요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적을, 어느 시간 안에, 어떤 제대가, 어떤 방식으로 탐지해야 하는가”가 정리되어야 비로소 소요가 된다.
즉, 소요결정의 본질은 이것이다.
무기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군이 해결해야 할 전장 문제를 공식화하는 절차다.
1. 소요란 무엇인가
소요는 쉽게 말해 군이 필요로 하는 전력 요구다.
하지만 단순한 희망사항은 아니다.
규정상 방위사업정책국장이 합참에 소요를 제기할 때는 소요군의 검토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국과연·기품원·국기연·신속원·업체 등도 소요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이 말의 의미는 크다.
소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군은 “작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과연은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를 본다.
국기연은 “기술 발전 추세와 수준”을 본다.
사업본부는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본다.
그래서 소요는 작전 요구, 기술 가능성, 예산 가능성, 전력화 시기가 만나는 지점이다.
2. 정찰드론 사례로 이해하기
가상의 사례를 하나 잡자.
전방 군단급 부대가 북한 장사정포 갱도와 이동식 발사대를 더 빠르게 탐지하기 위해 정찰드론을 필요로 한다.
이때 나쁜 소요는 이렇게 나온다.
군단급 정찰드론 필요
이건 너무 약하다.
무엇을 탐지할지, 어느 제대가 쓸지, 얼마나 빨리 정보를 넘길지, 기존 감시체계와 어떻게 연결할지 알 수 없다.
좋은 소요는 이렇게 바뀐다.
군단 작전지역에서 적 장사정포 갱도 입구, 이동식 발사대, 탄약 운반차량을 탐지하기 위해
주야간 운용이 가능한 무인정찰체계를 확보한다.
획득한 영상·표적정보는 군단 C4I 및 화력체계와 연동되어
탐지-식별-결심-타격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제 핵심이 보인다.
이 사업의 본질은 드론이 아니다.
탐지와 결심 사이의 시간을 줄이는 구조다.
3. 소요결정 단계에서 보는 것
규정은 소요결정 관련 검토에서 여러 기관의 역할을 나눈다.
사업본부는 소요종류, 전력화시기, 개략적 총사업비의 타당성을 본다. 국과연은 기술 수준을 고려한 작전운용성능의 적절성과 개발 가능성을 본다. 국기연은 기술발전 추세와 소요의 기술수준을 분석한다.
정찰드론 사례에 대입하면 이렇게 된다.
| 검토 주체 | 보는 질문 | 정찰드론 사례 |
| 소요군 | 작전에 필요한가 | 군단 작전지역 감시에 실제 필요한가 |
| 합참 | 합동전력 관점에서 타당한가 | 기존 ISR 체계와 중복되지 않는가 |
| 사업본부 | 사업화 가능한가 | 전력화시기와 총사업비가 현실적인가 |
| 국과연 | 개발 가능한가 | 센서, 통신, 자율비행 기술이 가능한가 |
| 국기연 | 기술 추세가 맞는가 | 민간 드론·AI 영상분석 기술 활용이 가능한가 |
| 기품원 | 품질·규격·양산 측면 문제는 없는가 | 야전 운용성과 품질보증이 가능한가 |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다.
소요결정은 “필요성”만 보는 단계가 아니다.
필요성이 실제 사업으로 바뀔 수 있는지 보는 단계다.
4. 작전운용성능이 핵심이다
소요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 작전운용성능이다.
작전운용성능은 쉽게 말하면 “군이 작전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핵심 성능”이다.
정찰드론이라면 이런 것들이 될 수 있다.
작전반경
체공시간
탐지거리
영상 해상도
야간탐지 능력
표적좌표 산출 정확도
데이터 전송 지연시간
전자전 환경 생존성
기존 지휘통제체계와의 연동성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다.
작전운용성능을 너무 높게 잡으면 개발이 어려워진다.
너무 낮게 잡으면 전장에서 쓸모가 없다.
그래서 국과연과 국기연의 검토가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준인지, 기술 발전 추세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즉, 작전운용성능은 욕심이 아니라 균형이다.
5. 소요결정 이후 바로 사업이 되는가
아니다.
소요가 결정되면 그다음에 선행연구와 사업추진기본전략으로 넘어간다.
규정상 방위사업정책국장은 선행연구를 수행하고, 운용요구서도 소요군으로부터 받아 선행연구 시 검토한다. 이후 통합사업관리팀장은 선행연구 결과와 관련 부서·기관 검토의견을 반영해 사업추진기본전략안을 수립한다.
여기서 흐름은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소요결정
→ 선행연구
→ 사업추진기본전략
소요결정이 “무엇이 필요한가”라면,
선행연구는 “그것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가”이고,
사업추진기본전략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인가”다.
6. 사업추진기본전략이란 무엇인가
사업추진기본전략은 방위사업의 첫 번째 큰 설계도다.
규정상 사업추진기본전략에는 사업개요, 소요결정 사항, 선행조치 결과, 획득방안, 시험평가 추진방안, 품질관리 방안, 수명주기 관리방안, 위험관리방안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무기체계라면 데이터 확보 및 관리 계획도 포함되어야 한다.
정찰드론 사업이라면 사업추진기본전략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국내 연구개발로 할 것인가?
국외 구매로 할 것인가?
국내 개발과 해외 구매를 병행할 것인가?
탐색개발이 필요한가, 바로 체계개발로 갈 수 있는가?
AI 영상분석 기능을 넣을 것인가?
필요한 학습 데이터는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군단 C4I와 어떻게 연동할 것인가?
시험평가는 어떤 환경에서 할 것인가?
전자전 환경에서 생존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이제 보인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은 단순한 행정문서가 아니다.
사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판단 문서다.
7. 정찰드론 사업추진기본전략 예시
정찰드론 사업을 예로 들면 사업추진기본전략은 이런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사업개요
군단급 감시정찰 능력 보강을 위해 주야간 운용 가능한 무인정찰체계를 확보한다.
목적은 적 장사정포, 이동식 발사대, 탄약운반차량을 조기에 탐지하고
표적정보를 지휘통제 및 화력체계와 연동하여 결심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소요결정 사항
운용개념: 군단 작전지역 내 주요 위협지역 감시
전력화시기: 2030년 전후
소요량: 군단별 운용 가능 수량
작전운용성능: 체공시간, 탐지거리, 좌표정확도, 데이터 전송 지연시간, 야간탐지 능력 등
전력화지원요소: 운용요원 교육, 정비체계, 예비부품, 통신장비, 지상통제장비
획득방안
국내 드론 플랫폼 기술과 민간 AI 영상분석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국내 연구개발을 우선 검토한다.
다만 전자전 대응 통신장비와 고성능 EO/IR 센서 등 일부 핵심 구성품은 국외구매 또는 기술협력을 병행 검토한다.
중점관리사항
C4I 및 화력체계와의 상호운용성
AI 영상분석 데이터 확보 및 검증
전자전 환경에서 통신 생존성
야전 정비 가능성
혹한기·야간·산악지형 운용성
이렇게 정리하면 “드론을 산다”가 아니다.
감시-판단-타격 구조를 새로 설계한다가 된다.
8. 가장 중요한 구분: 소요와 사업추진기본전략
이 둘을 헷갈리면 안 된다.
| 소요결정 | 무엇이 필요한가 | 군단급 정찰드론이 필요한가 |
| 선행연구 | 가능한가 | 국내 기술로 개발 가능한가 |
| 사업추진기본전략 |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 | 국내개발, 구매, 병행 중 무엇인가 |
| 체계개발기본계획 |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 개발 일정, 업체선정, 시험계획은 무엇인가 |
| 양산계획 | 얼마나 만들고 배치할 것인가 | 최초양산·후속양산 물량은 얼마인가 |
이 흐름이 중요하다.
소요는 문제 정의다.
사업추진기본전략은 획득 방식 결정이다.
9. 여기서 나오는 진짜 질문
정찰드론 사업에서 진짜 질문은 “좋은 드론이 있는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따로 있다.
이 드론이 탐지한 정보가 지휘통제체계와 화력체계로 얼마나 빨리 연결되는가?
전장에서 드론이 영상을 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이 분석되어야 한다.
표적이 식별되어야 한다.
좌표가 산출되어야 한다.
지휘관이 결심해야 한다.
화력체계가 타격해야 한다.
그래서 사업추진기본전략에서 상호운용성, 데이터, 시험평가, 위험관리가 중요한 것이다. 관련 부서는 사업추진기본전략 검토 시 획득정책 부합 여부, 재원 확보, M&S 활용, 상호운용성 요구수준, 시험평가전략, 기술확보계획, AI 무기체계의 데이터 요구사항과 관리계획 등을 검토한다.
즉, 핵심은 장비가 아니다.
연결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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